이별 · 상실 · 외로움 · 창작 사례 · 약 3분
막내가 떠난 뒤 조용해진 밥상 앞에서 제 쓸모를 묻습니다
55세 여성, 주부, 막내 입대 후 남편과 둘이 삽니다
사정
저는 55세 주부이고 25년 동안 하루 세 끼를 차리며 살았습니다. 큰아이가 대전에 방을 얻어 나간 데 이어 지난달 막내가 입대해서, 집에는 남편과 저만 남았습니다. 떠날 날짜를 알고 있었으니 마음의 준비는 끝냈다고 여겼는데, 밥상의 수저가 네 벌에서 두 벌로 줄었고 저녁마다 국을 끓이면 반이 남아 냉동실로 들어갑니다. 남편은 말없이 텔레비전 소리만 키우고, 저는 설거지가 5분 만에 끝나는 것이 낯섭니다. 어제는 장을 보다가 막내가 좋아하던 소시지를 카트에 담고서야 그 아이가 없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갈림길
아이들 없는 생활에 얼른 익숙해져야 한다고 마음먹자니 25년이 한꺼번에 지워지는 것 같아 서럽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 전화만 기다리며 지내자니 제 하루가 남의 연락에 매달린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어느 쪽으로 마음을 두어도 허전함이 따라옵니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생각하지만 일은 그 생각과 다르게 된다. 이별은 이런 것이니, 세상의 이치를 보라.
— 숫타니파타 3.8 (화살경)비추어 보기 · AI 해석
이별은 날짜로 준비할 수 있어도 장면으로 닥칩니다. 마음을 다져 두었어도 일은 반쯤 남은 국과 카트에 담긴 소시지로 먼저 왔고, 생각은 날짜를 따라가는데 손은 25년의 끼니를 따라갑니다. 일이 생각과 다르게 되는 것은 어긋남이 아니라 세월의 깊이이고, 허전함은 그 깊이를 재는 눈금입니다. 지우려던 두 자리를 한 번 바라보고, 남은 수저 두 벌을 천천히 놓으십시오.
가져갈 한 줄
이별은 생각이 아니라 반쯤 남은 국으로 먼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