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5세이고 서울의 무역회사에서 15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고향 대구에는 일흔여덟 되신 어머니가 혼자 사시는데, 작년 겨울 욕실에서 미끄러지신 뒤로 하루 두 번 전화를 드리고 받으실 때까지 신호음 여섯 번을 셉니다. 한 달에 두 번 KTX를 타고 내려가면 일요일 밤마다 어머니가 현관에 서서 제가 골목을 돌아설 때까지 손을 흔드십니다. 지난달에는 팀장 제안까지 들어와서, 올해가 제 경력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에 있는 동생과는 이 일을 길게 의논하기도 어렵습니다.
갈림길
내려가면 15년 쌓은 일이 끊기고, 다시 서울로 돌아올 자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남으면 어머니가 혼자 계신 집이 계속 눈에 밟히고, 무슨 일이 생기면 평생 제 탓을 할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을 골라도 한쪽을 놓은 사람이 될 것 같아 답을 미루고 있습니다.
효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그 선택이 아무도 해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신호음 여섯 번을 세는 밤도, 15년 쌓은 일을 접는 아침도 같은 저울에 올라갑니다. 어머니를 위한 선택이 훗날 원망으로 돌아오면 나와 남, 둘 모두를 해친 것이고, 남는 선택이 죄책감으로만 채워져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길이든 걷기 전에, 그 길이 나와 어머니 둘 모두를 해치지 않는지 먼저 되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