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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 퇴직 · 인간관계 · 창작 사례 · 약 3분

전역하고 호칭이 사라지니 이력서 앞에서 작아집니다

49세 남성, 군 전역 6개월 차, 원사 출신

사정

저는 27년을 복무하고 6개월 전에 원사로 전역했습니다. 부대에서는 어디를 가나 원사님으로 불렸는데, 지금은 이력서 첫 줄에 이름 석 자만 덩그러니 놓입니다. 경력란에 보직을 적다 보면 민간 회사 사람은 읽어도 모를 말뿐이라 지웠다 쓰기를 하루에 몇 번씩 합니다. 지난달에는 12곳에 냈는데 면접 연락은 한 곳에서만 왔습니다. 민간 기업에 자리를 잡은 후배가 둘 있지만 제가 먼저 전화를 걸어 부탁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얼굴이 달아오르고, 아내의 천천히 하라는 말에도 괜히 마음이 급해집니다.

갈림길

후배에게 연락해 자리를 부탁하면 빠를 수는 있지만, 호칭 없는 사람이 된 제 처지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혼자 이력서를 계속 내자니 이러다 1년이 가고 2년이 갈까 겁이 납니다. 어느 쪽을 택해도 자존심이 한쪽은 꺾입니다.

해야 할 일에 힘써 일어나고, 방심하지 않고 계획을 세운다.

— 앙굿따라 니까야 8.54 (디가자누 경)

비추어 보기 · AI 해석

자존심은 일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야 할 일 앞에서는 가장 먼저 발을 묶습니다. 27년 동안 원사님으로 불린 사람이 6개월째 이력서만 고치며 앉아 있는 것은,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어나는 자리가 호칭 없는 이름으로 서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경전이 말하는 '힘써 일어남'은 체면이 허락한 만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체면이 붙잡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것입니다. 12장의 이력서를 쓰던 손이 후배의 이름 앞에서 멈추는 장면을 한 번만 똑바로 보십시오.

가져갈 한 줄

체면이 붙잡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것이 힘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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