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상실 · 외로움 · 창작 사례 · 약 3분
장기 두던 친구들이 떠나 노인회 의자가 비어갑니다
70세 남성, 퇴직 후 마을 노인회 회원
사정
저는 70세이고 퇴직한 뒤 10년 가까이 마을 노인회관에 매일 나갔습니다. 오후 2시면 창가 탁자에서 친구 넷이 장기판을 펴고 훈수를 두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3년 사이에 한 명이 먼저 가고 또 한 명이 갔고, 지난달에는 마지막 상대가 요양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번 겨울 노인회관에는 난로 둘레의 의자가 절반이나 비어 있습니다. 어제는 장기판을 꺼냈다가 말을 다 놓지도 못하고 도로 상자에 담았고, 집에 오는 길에는 제 발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렸습니다.
갈림길
새 얼굴들과 어울려 보자니 이제 와서 정을 붙였다가 또 보내야 할까 겁이 납니다. 그렇다고 집에 틀어박히면 하루가 너무 길고, 비어 있는 의자만 바라보게 될 것 같습니다. 나가도 쓸쓸하고 안 나가도 쓸쓸해서 아침마다 현관 앞에서 신발을 들고 서 있습니다.
일이 생겼을 때 곁에 벗이 있어 즐겁고, 무엇에나 만족하니 즐겁다.
— 법구경 331비추어 보기 · AI 해석
벗은 곁에 있을 때 즐거움이 되고, 떠난 뒤에는 그 즐거움이 있었다는 증거가 됩니다. 10년 동안 오후 2시마다 마주 앉았던 시간은 빈 의자가 생겼다고 없던 일이 되지 않습니다. 경전이 벗이 곁에 있는 즐거움에 이어 '무엇에나 만족하니 즐겁다'고 한 것은, 의자 수를 세는 눈이 아니라 앉았던 날을 헤아리는 눈을 말합니다. 오늘은 빈 의자를 세지 말고, 그 의자에 앉아 훈수를 두던 친구의 얼굴 하나를 떠올리며 신발을 신으십시오.
가져갈 한 줄
빈 의자는 벗이 곁에 있었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