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부양 · 책임 · 죄책감 · 창작 사례 · 약 3분
아버지가 물려준 논 3,000평을 제가 마지막으로 짓습니다
58세 남성, 벼농사 3,000평, 자녀 둘은 서울과 수원
사정
저는 58세이고 아버지가 물려주신 논 3,000평에 벼농사를 짓습니다. 서른 즈음부터 아버지 곁에서 모를 냈고, 아버지가 떠나신 뒤로 12년째 혼자 짓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원에 사는 두 아이는 추석에 하루 다녀가면 다행이고, 수확철에 일손을 거들러 온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지난달 논둑에서 새참을 먹다가 이 논을 짓는 마지막 사람이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새벽에 눈을 뜨면 논 생각부터 나고, 트랙터 시동을 걸 때마다 손이 한참 머뭇거립니다.
갈림길
아이들에게 논을 이어받으라 말하면 제 고집으로 그 애들의 삶을 흔드는 것 같고, 말없이 제 대에서 끝내자니 아버지 얼굴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팔자니 물려받은 것을 제 손으로 끊는 것 같고, 계속 짓자니 누구를 위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을 골라도 논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길러 주신 분들을 내가 부양하겠다. 그분들이 할 일을 내가 대신 하겠다. 가문의 이름을 지키겠다. 물려받은 것을 이어받겠다.
— 디가 니까야 31 (싱갈라 경)비추어 보기 · AI 해석
물려받은 것은 손에 쥔 것보다 마음에 남은 것으로 헤아려집니다. 3,000평은 땅이고, 12년 동안 새벽마다 논으로 나선 것은 아버지에게서 이어받은 마음입니다. 아이들이 오지 않아도 그 마음은 끊기지 않았고, 경전의 '물려받은 것을 이어받겠다'는 다짐은 그 마음을 묻는 말입니다. 오늘 논둑에서 '누가 이을까' 대신 '나는 무엇을 이어받았는가'를 물으십시오.
가져갈 한 줄
이어받은 것은 땅보다 먼저 마음입니다